일 년간 회사 지원을 안 하기로 했다!

오늘 오전, 5월 6일 11시까지 카카오 정규직 전환 대규모 인턴 공고가 있었다.

Service/Biz developers 인턴은 무려 직무가 정해진 게 아니라, 서비스 기획 / 사업기획 / 마케팅 / BX / UX / UI / illustration 등 분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점에서 굉장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롤이다. 특히나 저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는 혹하는 채용 공고였다.

경력직 위주로 뽑던 카카오에서, 개발자 외 직군으로 인턴 모집은 아마 처음인 거 같다. 그만큼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나도 지원을 할까 말까 전날까지 고민했다. 물론 지원한다고 합격이 보장된 건 아니다. 1차 서류에서부터 떨어질 수도 있다. 쓰지도 않고 인턴을 넣느냐 마느냐 하는 건 한껏 김칫국을 마시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써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원래 목표하지 않았음에도 구미가 당기는 채용 공고에 지원하려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내가 원하는 삶의 그림과 방향성을 향해 차근차근 걸어가라는, 내 자신에게 주는 충고이자 조언이다. 가는 중에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더라도 목표 지점은 동일하다. 날씨가 언제 갤지 모른다고 옆에 있던 바위산을 올라가면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다. 겉으로 좋아 보이는, 좋은 스펙을 가진 회사와 연구실에서 인턴을 해봤다. 겉으로 '흥미로워 보이는' 스타트업에서 인턴도 해봤다. 바위산을 오른다고 내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수차례 경험했다. 나는 이러한 유형의 사람이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이제는 에너지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쓸 때가 되었다. 비가 오면 샛길로 빠지지 말고 차라리 우산을 만들어 걸어가면 된다. 능력이 있으면 차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자원이나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고스톱을 칠 때도 패가 나쁘면 광을 팔면서 쉬어야 한다. 포커를 칠 때도 손에 쥔 패가 나쁘고 가능성이 낮으면 빨리 포기해야, 다음에 좋은 패가 왔을 때 배팅할 돈이 남게 된다. 빤히 나쁜 패를 가지고도 "놀면 뭘 해,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사람은 가장 먼저 쪽박 차게 되어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 어쩌다 한국인 (허태균)

좋은 패를 위해 기다리되 항상 준비하고 있으면 된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5월 6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