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맛있는' 빵 먹기

한 입 먹으면 감동의 눈물이 흐를 정도로 맛있는 케익이나 타르트가 먹고 싶었다.

그 정도의 디저트를 먹으려면 오랜 디저트의 강국 프랑스나 떠오르는 디저트의 강국 한국에서나 (K-디저트) 접하기가 쉽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을 모르는 듯한 네덜란드에서는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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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보통 아침이나 점심 혹은 둘 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충격을 받았던 건 학교에 싸오는 점심의 형태였다. 집에서 미리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오는 애들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그날 아침 등교 전에 마트에서 빵이랑 치즈, 햄, 오이 등을 사 와서 그 자리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침 8시쯤에 마트에 가면 계산대 줄이 아주 길다...) 치즈랑 햄, 오이를 다 넣어 먹는 건 거의 부르주아 수준인데, 그냥 빵을 반으로 갈라서 치즈 한 장 툭 넣어서 먹거나 생 오이를 책상 위에 대고 일회용 플라스틱 칼로 썰어서 먹는 것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식빵 한 줄이랑 땅콩버터 한통을 사 와서 그날 하루 종일 학교 책상에 앉아서 모든 식사를 그걸로 해결하는 사람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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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는 일반 마트에 가도 빵 코너가 매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내가 가까워서 자주 가는 집 앞 jumbo라는 체인 마트에도 자체로 갓 구운 빵을 파는 코너도 있고 (아래 사진의 3배 정도), 진공 포장된 빵을 파는 코너도 따로 있고, PB 제품이 아닌 온갖 브랜드의 식빵만 파는 코너도 있다. 그만큼 아무 마트만 가도 선택할 수 있는 빵의 폭이 넓다. 

 

 

나도 당연하게 장을 볼 때 식빵 한 줄씩, 혹은 추가로 그날 땡기는 빵을 하나씩 집어온다. 그런데 여기서 파는 식빵은 정말 맛없는 거다. 그냥 먹으면 먹을만한데 토스터기에만 넣으면 식감이 플라스틱을 씹는 거 같았다. 유럽에 사는데 빵이 맛이 없다니. 나는 뭐를 먹고살아야 하는가. 내가 산 토스트기가 잘못된 건가 생각도 했다 (나름 필립스 껀데). 처음에는 당연히 갓 구운 빵이 맛있겠지 하면서 PB 상품을 선택했는데, 이건 내 착각이었다. 여기 산지 반년이 지나서야 궁금해서 시도해본 토스터용 식빵이 훨씬 맛있었다. 그리고 어쩌다가 사본 다른 브랜드 곡물 식빵이 그것보다 더 맛있었다. 이 식빵은 토스터기에 넣어도 맛있다. 완벽하게 속아버렸다. 늦게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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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아주 맛있는 타르트가 먹고 싶어서 구글맵에 가고 싶은 동네 빵집들을 여러 곳 등록해두었다. 야속하게도 아주 맛있는 음식이 땡길 때는 보통 비바람이 불거나 영업시간을 마친 저녁 시간이다. 또, 장 보러 마트에 가는 날에는 귀찮아서 마트 내에서 빵을 사는 걸로 해결한다. 그래서 아직 유명한 빵집 빵을 시도해 보지 않았다. 애플 타르트로 이름 난 카페를 몇 개 가봤는데 큰 실망을 해서 그 후론 페이스트리류 디저트에 대한 기대감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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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험이 끝나고 아무것도 없는 여유로운 금요일 기념 시티 센터를 돌아다니다가 아주 오래전에 저장해둔 빵집에 가보기로 했다. 가게명은 City Bakery Diamond Ring. 딱히 맛있는 빵이 땡기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 전날 마지님 유튜브를 보다가 무화과 샌드위치랑 사과 브리치즈 샌드위치를 해 먹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식빵이라도 제대로 된 빵집에서 사보자 해서였다. 뭔진 잘 모르겠지만 곡물 치아바타 하나랑 통밀 호랑이 식빵(?)을 샀다. 타르트로 사려고 했는데 진열되어있는 것들은 다 너무 달아 보이거나 투박해 보여서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치아바타 (왼), 통밀 호랑이 식빵 (오)  (webshop.stadsbakkerijdediamantenring.nl/)

 

우와 그런데 이것은 신세계였다. 치아바타는 그냥 궁금해서 뜯어먹어봤는데 갈색 빵인데도 부드러운데 쫀득하기 까지 하며 씨앗 씹히는 맛도 적절하게 조화되어 맛만 봐야지 하다가 반이나 먹어버렸다. 지금까지 먹어봤던 치아바타와는 차원이 달랐다. 통밀 호랑이 식빵은 (위에 크러스트가 호랑이 무늬라서 호랑이 식빵이란다) 그냥 먹어도 쫀득하고 토스트기에 돌려먹어도 쫀득함이 살아있었다. 지금까지 비슷한 돈 주고 마트에서 플라스틱 같은 식빵을 사 먹었는데 일 년을 잘못 산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 당연히 홈플러스에서 사 먹는 식빵이랑 유명한 동네빵집이랑 차원이 달라야지. 그런데 내가 여태껏 그걸 몰랐던 거다! 아니 그냥 이 집 빵이 맛있는 거 같다. 타르트랑 베이글이랑 치즈케이크 등 찾아갔던 다른 빵집이나 카페에서는 큰 실망이 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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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오늘 아침에 이 맛있는 통밀 호랑이 식빵으로 사과 브리치즈 샌드위치랑 무화과 마스카포네 치즈 샌드위치를 해 먹었다. 그리고 어제 자기 전에는 허기져서 통밀 호랑이 식빵에 땅콩버터를 발라 먹었다. 음~ 아주 맛있어. 만족한다. 타르트가 먹고 싶어서 찾아갔지만 그 대신 보석 같은 치아바타와 식빵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매주 이 베이커리에 가서 이것저것 다른 종류의 식빵을 시도해봐야겠다. 남은 델프트에서의 생활을 이 베이커리와 함께 하겠다. (이렇게 내 다이어트는 또 물 건너갔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11월 7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