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일기

 

 

1월 24일 꿈일기 중 일부, @suziosaurus

 

 

 

1월 24일, 3:43 AM

예수, 로마, 소크라테스
어떤 아파트?
변수현, 딘딘, 그리고 사람들. 이상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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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략)

 

아침인 줄 알고 새벽에 깨서 적은 꿈 일기 중 일부다.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장면을 복기하려고 속기로 핵심 키워드만을 적어둔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펜을 들어 기록하지 않으면 분명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생생했던 장면들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10초. 딱 10초 안에 써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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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단어의 나열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투시도 하나.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와, 그와는 아무 관계없는 래퍼 딘딘이 주요 인물로 등장했다. 장면 하나만을, 그것도 나 말고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그려놓았음에도, 꿨던 꿈의 스토리라인과 장면이 필름처럼 머릿속에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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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유독 이런 블록버스터 급의 꿈을 자주 꾸고 있다. 

이런 류의 '큰' 꿈들은 따로 물리적으로 기록하지 않아도 뇌의 한편에 자리를 마련해두던 중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꿈이 계속 생겨날수록 자연스럽게 잊혀지는 이전 꿈들이 아까워, 아주 최근부터 이를 기록해두기 시작했다.

세어보니 1월 달에만 다섯 편의 꿈 일기를 기록해뒀다. 어젯밤을 포함해서 '꿈 복기 마의 10초'를 넘겨 아쉽게도 기록해두지 못했던 날도 몇 번 있었으니, 그 횟수가 꽤나 잦다. 이상한 경험을 하거나, 쫓기거나, 무언가를 찾아 나서거나 하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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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꿨던 꿈들을 여럿 기억하고 있다. 내 기억으로는 약 여섯 살 즈음에 꿨던 꿈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꿈이다. 이전에는 꿈 일기라는 걸 써두지 않았기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열댓 편의 꿈들은 그 당시에 특히나 임팩트가 컸던 꿈일 거다. 이제껏 써먹어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각각의 기억들을 영상화 혹은 텍스트화 해보고 싶기도 하다. 영상미가 독보적으로 아름다웠던 꿈도, 충격적이었던 꿈도. 그러나 지금의 내 능력치에서 벗어난 일이다. 해리포터에서처럼 머릿속 기억을 꺼내어 펜시브에 저장할 수만 있다면. 

 

처음 보는 신선한 플롯에, 마치 한 편의 영화 감상을 한 것 같기도 하다. 가끔 이런 꿈을 꾸고 나면 도대체 각 요소들의 현실 세계의 어떤 일에서 비롯되었을까를 연상해본다. 내 무의식 속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며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전개의 꿈을 자주 꾼다는 건 신경이 꽤나 예민해져 있다는 뜻이기도 한다. 무의식은 꿈으로 나타나 현재 내 상태를 알려주기도 한다. 겉보기에는 멀쩡하고, 충분히 쉬어가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나조차도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쉬엄쉬엄하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시험기간에다가 곧 졸업 프로젝트의 시작을 앞둔 상황 자체가 부담이었나 보다.

 

최근 들어 유독 괜찮은 글감이 많이 떠올랐다. 완성도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보니, 시간적으로는 여유를 내었음에도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쉬면서 영화 볼 시간은 있지만 만족할만한 글을 쓸 힘과 용기가 없었달까. 떠올랐던 글감은 버리기에 아까워 일기장 혹은 카톡 내게 보내기에 짧게 기록해두고 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하나씩 깊게 풀어갈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