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타로

재미로 사주와 타로 보기를 좋아한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방학 때, 허영만의 <꼴>이라는 만화에 빠졌다. 너무 재미있어서 며칠 만에 정주행을 했다. 그 여름방학에 한동안 지하철에 앉아서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 뜯어보며 관상을 봤던 기억이 난다. 관상이 너무 신기해서 사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어쩌다가 주역 인문학까지 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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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사주팔자에 관심을 가지던 어느 여름날. 인사동 쪽에서 친구랑 만나서 놀다가, 우연히 그 친구도 사주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네이버 지도를 찾아 가까운 사주 집에 들어갔다. 성인이 되어 친구랑 사주를 보러 갔던 첫 기억이다. 사주를 봐주신 분이 긴 회색 수염을 가진 도사님 st였는데, 우연히 들어간 것 치고는 '찐'이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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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일년에 한두 번씩은 사주 타로 카페에 갔던 것 같다. 대학 입학 후 첫 크리스마스에 룸메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J와 놀거리를 찾다가 뭐 재미있는 거 없나, 하다가 사주 카페에 방문했다. 다음 해에도 크리스마스에 같은 친구와 놀다가 또 사주 카페에 갔다. 그렇게 매년 연말에 사주 타로 카페에 가는 게 연레행사가 되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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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신분으로 사주 타로를 자주 보러 다니기에는 금전적으로 부담이 된다. 그래서 몇년전부터는 사주 타로 앱이나 카톡에서 운세를 확인한다. 매일 보거나 하는 건 아니고, 가끔 심심하거나 잠이 안 올 때 한번씩 확인한다. 사실 사주 내용은 태어난 날이랑 시간이 같으니까 거의 비슷하다. 매일 운세는 앱마다 다 다른데 나는 카톡 운세가 좀 더 잘 맞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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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부터 유튜브에서 타로 채널을 보기 시작했다. 여러개 다른 채널을 봤었는데 거의 다 두리뭉실하거나 잘 안 맞고, 타로 마스터 정회도 아저씨가 나랑 제일 잘 맞다. 심심할 때마다 보니까 구독을 하지 않았는데도 올라올때 마다 뜬다. 그래서 올라오는 거마다 다 보고 있다. (ㅎㅎ) 타로는 사주보다 더 해석하는 사람이랑 나랑 잘 맞는지가 중요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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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으로 카드를 몇 장 뽑아서 어떻게 운명을 예측하겠느냐만, 그럼에도 타로를 보는 이유는 의지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소 할 일이 많아 바쁘거나 아주 잘 살고 있다면 굳이 다른 사람에게 '나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아요?' 하고 물어볼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잘 살면 된다. 그게 아니라 힘들고 불안하니까, 그래서 잠시라도 의지할 구석을 찾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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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드를 뽑으신 분들은 지금 내 의지와 관계없이 변화가 심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고 있어 마음이 불안해요. 그런데 기회에 의해서 안정감을 찾아요. 뭘 더 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지금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냥 하던대로 하면서 기다리면 해결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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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안해 하는 걸 알아봐 준다. 그리고 그게 내 의지나 능력 때문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또, 앞으로 안정될 거라고 안심시켜준다. 잘 될 거라고 믿을 구석만 생겨도, 빠른 시일 내에 문제가 해결이 되든 말든, 그 자체로 힘이 된다. 그래서 이렇게 타로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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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믿거나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사주 타로에 호의적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는 미신이라며 꺼려하거나, 혐오하기도 한다. 누가 맞고 틀리고는 없다. 이런 운명을 믿는 성격 또한 자기가 타고 난 기질인 것 같다. 사주 타로를 너무 맹신하거나 모든 선택에 있어 의지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잘만 활용하면 꽤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11월 14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