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 영상을 접한 지 몇 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 몇 있다.

먼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Connecting the dots'. 전혀 연결점이 없었던 것들이 나중에는 결국에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나 또한 여러 번 경험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는다. 당장 닥친 순간과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빛을 발할 수도 있다고. 

두 번째로, 내가 갖지 못했기에 멋있게 느껴졌던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가 죽음을 대하는 자세였다.

When I was 17, I read a quote that went something like "If you live each day as if it was your last, someday you'll most certainly be right." It made an impression on me, and since then, for the past 33 years, I have looked in the mirror every morning and asked myself,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And whenever the answer has been "no" for too many days in a row, I know I need to change something.

매일을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했을 때 과연 오늘처럼 살 것인가. 몇 년 전 내 대답은 항상 'no'였던 거 같다. 매일매일이 일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아주 바빴다. 모든 일을 다 완벽히 잘 해내기 위해, 모든 주어진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런데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성적을 위한 공부가 나의 최우선 순위가 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잠이 부족했다. 이렇게 살다가는 건강으로 수명이 단축되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했을 거 같다.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랐다. 항상 바쁘다는 것과 그 바쁨으로 어떠한 성과를 꾸준히 낸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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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흐르고 다시 똑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오늘처럼 살 것인가. 지금의 내 답은 'yes' 다. 오늘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청소도 하고, 공부도 하고, 매끼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좋아하는 예능을 보면서 운동도 하고, 씻고, 자기 전에 글을 쓸 거 같다. 공부가 아주 재미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지금 하는 공부가 진절머리 나게 싫지는 않으니 이 정도면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이렇게 사는 건 꽤 괜찮은 거 같다. 여기에 추가로 가족과 조금 더 대화를 하고 기억나는 친구들 몇몇에게 연락할 거 같다. 주위 사람에게 안부 전하고 감사하기. 이건 그리 살갑지 않은 내 성격 탓에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 정도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큰 후회는 없을 거 같다. 그리고 잘 살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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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고 싶은 게 생기면 여유가 될 때 꾸준히 도전을 해봐서 더 후회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크고 작은 도전에서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하다 보니까 각각의 분야에서 내 능력치와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된다. 일단 해보고 나면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게 아니었다는 것도 빠르게 깨닫는다. 이전에는 실패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었다. 하도 많은 실패를 하다 보니까 한동안은 실패에 무뎌지는 구간이 있었고, 결국에는 실패가 없으면 더 큰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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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인생에 무언가 큰 걸 기대하고 이상만을 쫓으려 했다. 해봤자 고작 몇 년 더 살았지만은, 그래도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면, 인생은 무언가를 목표로 해서 달려 나가는 게 아니라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라는 거다. 하루하루가 모여서 하나의 인생이 된다는 것. 그렇기에 오늘 하루를 내가 만족할 수 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 충분한 열정이 생기면 불태워 쏟아내기도 하고, 힘들 때면 쉬어가기도 하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사는 것. 그리고 살아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건강하게 사는 것. 이걸 20대에 깨달아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 기로에 놓였을 때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과연 오늘처럼 살 것인가. 내가 내린 선택이 내가 원하는 인생을 만들 수 있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