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글을 쓰는 이유

오늘부로 25일째, 성공적으로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루 빠짐없이 쓸 수 있었냐고 묻느냐면, 우선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해야겠다.

왜 글을 하루 빠짐없이 쓰려고 하냐 묻느냐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여러 개의 트리거가 있었다. 그들이 어느 순간 맞물려 결심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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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일,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묵묵히 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다른 사람에 의해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낸 일을 하는 사람들. 윤종신 씨가 그랬고, 김민식 PD님이 그랬다.

윤종신 씨는 2010년 4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월간 윤종신>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어떤 결과물이 나오든 매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상업적인 성공이 주된 목적이 아니다 보니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음악인으로서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여태껏 해왔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하지 않을까 한다.

김민식 PD님은 2011년 7월부터 매일 아침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PD라는 워라밸이 좋지 않은 직업을 가지면서도 글을 빠지지 않고 썼다. 그렇게 써온 글을 엮어 책을 내기도 했다. 무언가라도 써내기 위해서 10년 동안 아침마다 고군분투했다면, 지식의 범위가 넓어졌을 뿐 아니라 실제 PD로서 프로덕션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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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쓰기가 본업이 아닌 사람이 아주 잘 쓴 글을 보았을 때.

박정민 배우님의 브런치를 보고 필력에 한번 놀라고 쌓인 인간으로서의 깊이와 내공에 매료되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배우 및 유명인이 쓴 글 중에서 가히 최고로 꼽겠다. 관련해서는 이미 몇 차례 글을 썼기에 넘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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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 년 전쯤에 PD가 되고 싶어 졌다. 갑자기.

이전에 가족이랑 아는 형님이라는 예능을 보면서, '저기 막내 피디 카이스트 출신이래' 하며 내가 'PD 하면 재밌겠다' 하니까 동생이 '언니도 PD 해' 하고 웃어넘긴 적이 있다. 큰 의미를 두고 던진 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의식 속에 저러한 일을 하면 밤을 새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심 있거나 잘하고 싶은 분야에 한번 꽂히면 몸을 갈아 넣어서라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그에 반해 관심 없는 분야에는 눈길 조차 주지 않다. 그래서 나에게는 더욱더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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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게 방송 PD였다.

그렇지만 나는 그와 관련해서 준비를 해온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 직업이 나에게 맞다는 것도 알 수 없었다. 또 방송 PD는 워낙에 뽑는 인원이 적어 경쟁률이 상상을 초월하며, 주 매체가 유튜브로 넘어가면서 더 이상 메인 방송사 PD라는 자리가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당장에는 하고 있는 석사 공부를 마치는 걸 우선으로 하고, 남은 일 년반 정도의 기간 동안 최소한 PD가 가져야 하는 역량을 키워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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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 능력과 일반 상식. 그리고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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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도 갖춘 게 없었다. 딱 하나 만족시키는 건 학력? 서류에서 학력과 어학이 장벽이 되어 떨어질 일은 없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글도 쓸 줄 모르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잘 모른다. 그래서 글 실력과 일반 상식을 키워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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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려면, 그러니까 아웃풋이 있으려면 인풋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했다. 원래도 책이나 영화는 좋아했지만, 시간을 내서 보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나면 몰아서 보는 정도였다. 바빠지면 손에서 놓을 수 있으니 매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반 상식을 위해 몇 개월간 꾸준히 경제 팟캐스트를 들었다. 한 반년 정도 듣다 보니 안보이던 게 하나둘 보이고 들리고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너무 많은 걸 하려다 보니 그 무엇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 최근에는 역사 팟캐스트만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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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PD가 되기 위한 스터디를 따로 하는 건 아니며, 그냥 나에게 없었던, 가장 기본을 다지기로 했다. 그렇게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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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방송 PD가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그래도 한 가지 확신하는 건, 작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자기 발전을 위해 들이는 노력에 더 만족한다는 것이다. 원하는 바를 글로 표현하는데 아주 조금의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나 또한 김민식 PD님처럼 꾸준히 글을 쓰고자 한다. 글쓰기는 돈이 들지 않는 가장 가성비 좋은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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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할 일이 있다는 건 살아갈 이유이기도 하다. 글을 올리지 않으면 마치 나와의 약속을 깬 것만 같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쓸 말이 없어도 굳이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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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What?"이라는 반응을 자아낸다면, 그건 공유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공개적인 장소에 나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항상 조심해야 할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는 글, 그리고 피해가 되지 않는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11월 16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