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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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함께 넣을 마땅한 사진을 고르려고 구글 포토에서 스크롤을 내리다 한 장을 골랐다.

지난 6월, 내 생일 즈음에 아웃백에서 가족 모두와 함께한 식사.

자본주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저 음식이 특별나게 더 비싸고 맛있었어서 이 사진을 고른 건 아니다.

생일 식사여서도 아니며, 저 순간이 특별히 더 즐거웠다던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갔던 것도 아니다.

그 당시에 특별히 기쁘거나 신이 났거나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도 아니었으며, 어쩌면 조금 불편한 자리이기도 했다.

그냥 가족 다섯 명이 다 같이 함께 모였던, 그런 식사 시간이었다. 우리 가족은 다섯 명이 함께하는 모이는 시간이 일 년에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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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그렇다. 딱히 무언가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가지고, 언제 그 순간을 정의하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행복은 그 이름을 붙이는 사람에게 달린 아주 주관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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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행복이란, 의무에서 벗어나서 좋아하는 것에 둘러 쌓였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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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저녁에 슬리퍼를 신고 엄마와 함께 장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 동생과 여행을 하면서 기쁨, 도전, 불안, 짜증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그때를 함께 회상하는 순간.
• 근육이 찢어지거나 숨이 멎을듯할 때가지 밀어붙인 운동을 끝내고 땀이 송골송골 맺혔을 때.
• 머리 싸매고 매달렸던 일이나 과제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개운한 마음으로 불 끄고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영화나 티비 프로그램을 볼 때. (서브웨이 샌드위치에 초코칩 쿠키까지 곁들이면 아주 좋다)
• 밤을 세고 몽롱한 아침에 샤워를 하고 알람 없이 뽀송한 기분으로 침대에 들어가 누울 때. 
• 비가 그친 저녁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걸을 때. (여기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떡볶이랑 순대 포장을 손에 들고 엔들리스 로드를 걷는 다면 환상의 조합)
• 토요일 아침 창문을 열고 상쾌한 공기를 마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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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예기치 못하게 찾아와서는, 영혼을 뚫고 훅하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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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행복을 찾아라' '행복하게 사는 법' '행복을 쫓아라' '소확행' 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싫다기보다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진절머리가 나고 야릇해서 떨쳐버리고 싶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순간 행복의 본질이 흐려진다. 좋은 감정과 좋지 않은 감정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좋은 감정의 최고치를 찍으면 그다음 순간은 비교적 불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행복을 쫓는다는 것은 불행을 쫓는다는 것과 같다. 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집착하는가? 행복은 인생의 목표가 되거나 맹목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감정이 아니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내가 가진 것을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기면, 행복은 비소로 찾아온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11월 1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