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눈 장깨입니다'

'헤이 아이 노우 썸 코리안 월즈.'

"오우, 왓 두 유 노우?"

'나눈 장깨입니다' - (이 친구는 중국인이다.)

"왓더, 후 턷 유 댓?"

'아이 노우 원 모어. 나눈 댕궁뭉 입니다'

"왓 이즈 댕궁뭉?..... 댕궁물?.................... 땟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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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어제 처음 만난 중국인 친구 민지(가명)랑 나눈 대화다. 졸업 연구 프로젝트 미팅을 하러 갔다가 만난, (곧 내 사수가 될 예정인) 포닥분의 전 지도 학생이다. 미리 CV를 보내서 인지 이 친구 또한 이미 내가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는 작년에 카이스트에서 교환 온 민철이(가명)를 혹시 아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알지. 그 친구 내 선배인데 나이스 가이야"

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민지가

'아니 나이스 가이 아니야. 민철이가 한국어 알려줬어' 

하면서 저런 장깨, 땟국물 따위의 단어를 말하는 것이었다. 중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민지에게 그런 말 쓰지 말라고 했다. 민철이 나이스 가이 발언 취소. 심지어 나조차 중국인을 땟국물이라고 부르는 건 처음 들어본다. 땟국물이 뭔지는 아냐고 물어보니 '썸 더티 스킨 러브 (rub)' 정도로 알고 있길래,

때 (= dead skin)  + 국물 (= soup)

이라고 정확히 알려줬다. 이게 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민지야 어디 나가서 당당하게 그런 말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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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소수인 집단에서 외국인을 만나 대화를 하면, 그러니까 당장 주위에 한국인이 없어도, 체감상 사오십 프로는 이미 한국어 단어를 한 두 개씩 알고 있다. 한국어 드라마나 아이돌을 좋아해서 셀프 스터디를 한 경우도 있고, 다른 집단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에게 단어를 배웠기도 한다. 보통 오빠, 안녕하세요, 사랑해, 등의 건전한 말을 하면 드라마파, 한국어 욕을 알면 백퍼 다른 한국인에게 직접 배운 거다. 이렇게 한국인들은 전 세계에 퍼져있다는 걸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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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짧은 욕, 그러니까 gaesaeggi, ssibal 이런 건 꽤나 흔하고, 그중 몇 년이 지나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문장이 하나 있다.

'나는 무지개 유니콘 똥입니다.'

고등학교 때 만난 대만 친구가 한 말. 대체 왜 이런 문장을 알고 있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한국인 친구한테 알려달라고 했다더라. 당시에는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지만, 약 8년이 흐른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꽤나 여러모로 임팩트 남기기에 좋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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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처음 만난 외국인 친구에게 먼저 다가갈 때 친근함의 표시로 그 나라 단어를 한 두 개씩 꺼내 쓴다. 예를 들면 안녕, 내 이름은 누구누구야 (올라! 메쟈모 블라블라, 챠오! 미 끼야모 블라블라, 봉쥬흐! 즈 마뻴 블라블라). 거꾸로 놓고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어느 누구도 할 수 있는 흔한 자기소개잖아. 또,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지금까지 외국인 친구에게 무난한 단어나 문장을 알려준 기억밖에 없다. 예를 들면 '배고파요, 배불러요' 같은 거.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 외국인 친구한테도 먹는 거 관련된 문장을 알려줘버렸네.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사람이 참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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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어 욕을 하는 게 싫었다. 왜 한국인들은 외국에서까지 나가서 우리나라 얼굴에 먹칠을 하냐. 한글을 예쁘게 사용해야지. 그런데 이제와보니 그걸 그저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그 친구들도 평소에 쓸 단어가 아니기도 하고, 추억의 한부분이 될 수도 있는데. 물론 내가 직접 욕을 가르쳐줄 의향은 절대 없다. 앞으로 만날 미래 친구들에게는 욕도 실용적인 문장도 아닌, 특색있는 문장을 알려줘야 겠다. 그리고 나 또한 앞으로 만나게 될 미래 친구들에게 좀 더 새롭고 재미있는 기억에 남을 만한 문장을 외워둬야 겠다.

막상 떠오르는 적당한 문장이 없다. 나도 유머러스한 사람 하고 싶은데 그건 아무나 시켜주는 건 아닌가보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11월 11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