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김영하

5월의 책, 말하다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20.05.29)

 

 

 

[보다] - [말하다] - [읽다]의 3부작 중 두 번째 산문집이다. 소설가 김영하가 지금까지 해온 인터뷰, 강연을 모아 주제별로 다시 엮었다. 책 구성을 모르고 작가 이름만 보고 고른 책이라 이미 강연으로 접한 익숙한 구절이 보였다.

김영하 작가님이라는 사람이 누구인가와 소설가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책이다. 김영하 작가님이 얼마나 소설 쓰기를 좋아하는지, 소설 쓰는 과정을 통해 자리 잡은 지금의 가치관이 낱낱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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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적 현실주의와 감성 근육] SBS 힐링캠프 강연, 2014년 12월

- 이제는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비관입니다.
- 비관적 현실주의는 인상을 쓰고 침울하게 살아가자는 게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하되 그 안에서 최대한의 의미, 최대한의 즐거움을 추구하자는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

Q. 10년밖에 못 산다고 가정하고 화끈하게 살았는데 10년 후에도 계속 살아 있으면 어쩌나요?
A. 그럼 다시 10년을 연장하면 되지요.

 

[책 속을 살다]

A. 책을 고를 때, 네 가지 기준으로 선택합니다. 첫째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둘째는 꼼꼼하고 믿음직스럽고 우아한 편집을 제공하는 출판사, 셋째로 번역서의 경우 신뢰하는 번역자의 책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처음 접하는 저자의 책일 경우는 작가의 관상을 눈여겨봅니다.

 

[소설가로 살아가기]

A. (...)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모토가 '지속가능한 딴따라 질'이래요. 전 지속 가능한 소설가로 살고 싶어요.

A. 제 장래희망이 소설가예요. 장래에도 계속 소설을 써야죠. 지금도 소설가지만, 장래희망도 소설가입니다. 20년 후에도 소설가이기를 바라고요. 특별한 계획은 그것밖에는 없어요. 소설을 계속 쓴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상하게 소설이라는 것은 쓰기 직전까지도 무엇을 쓰게 될지 몰라요.

A. (...) 군대에 와서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 중형에 처해진 수감자가 두 명 있었는데, 그들이 글을 제일 잘 썼어요. 그들은 각각 무기와 25년형을 구형받았거든요. (...) 그 순간만큼은 자기 인생을 정직하게 돌아보고, 직면해서 쓴 것이거든요. 이런 글들은 힘이 있고, 진실해요. 그래서 저는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떤 기술의 문제도 아니고, 기법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에 인간이 고요하게 자기 서재, 아무도 침입해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에는 늘 힘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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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말보다는 글의 세계를 더 신뢰하며, 그 안에서 내 생각이 더 적확하게 표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이 책을 계기로 그동안 하고 다녔던 말의 부족함과 저급함을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거친 부분, 사려 깊지 못한 문장이 어딘가 남아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중 일부)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세상에는 능력있는데 잘났음을 드러내려는 사람과 능력이 있어도 자기의 부족함을 알고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매력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되짚어 보니 다 후자였다. 결점이 그를 더 인간답게 보이게 만들어서 일까. (사실 능력에 비해 결점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게 팩트다. 그리고 뜬금없지만 빈지노는 완벽한 거 같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판단하고 인정하는 것도 필요한 능력이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5월 29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