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과 지성이 만났을 때

유튜브 피드에 영상이 하나 떴다.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조승연 작가님이 프랑스 가수이자 전 영부인인 카를라 브루니와 했던 인터뷰였다. (최근에 이탈리아와 프랑스 관련된 영상을 몇 편 찾아봤다고, 그렇게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걸렸나 보다.)

 

조승연 작가님은 미국 유학 시절 처음 카를라 부르니를 알게 되었고, 그 후로도 인생의 한 조각을 그녀의 음악과 함께했다고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아티스트이자, 무려 프랑스 전 영부인이기도 한 사람과 일대일로 인터뷰를 하게 되다니. 

작가님은 그녀가 가진 타이틀이 아니라, 아티스트로서 존경하는 마음이 담긴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질문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French touch>라는 앨범에서 앨범 제목과 다르게 수록곡들은 영어로 녹음된 이유

2. 전 슈퍼모델로서 아름다움을 이젠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나이와 아름다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3. 첫 앨범부터 아름다운 가사를 쓸 수 있었던 비결?

4. 태어난 나라 이탈리아 / 성장한 나라 프랑스 - 이 두 나라가 음악에 준 영향

5. 다른 앨범에 같은 테마의 곡들을 연결한 이유

6. 자신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7. Quelque chose의 진정한 의미?

 

일곱 개의 질문 구성이 참 알차다. 삼십 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카를라 브루니라는 사람 그 자체와, 그녀의 아티스트로서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여기서 작가님의 인터뷰가 더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조승연 작가님은 인터뷰어(interviewer)로서 준비된 질문 하나만을 던지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매 질문은 작은 에피소드에서 시작한다. 카를라의 음악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어필하여 유대감을 쌓으면서도, 카를라가 아티스트로서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다시 한번 치켜세운다. 자신의 음악 인생을 꿰뚫어 보는, 그리고 적절한 질문을 던져 각 작품에 숨어있던 자신의 스토리를 끌어내고,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 카를라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리고 카를라는, 조승연 작가님이 정말로 좋다면서, 정말로, 그를 집에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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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를 향한 '진심'과,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성'이 있기에 가능했던 아름다운 인터뷰.

비단 이번 인터뷰뿐 아니라, 조승연 작가님의 대부분의 영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진심과 지성. 두 감정이 만났을 때, 형용할 수 없는, 특별하고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이럴 때 Quelque chose를 써야 하나보다. (영상에서 카를라가 그 뜻을 설명해준다.)

특히 영상 마지막, 카를라에게 초대를 받는 부분에서,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조승연 작가님을 볼 수 있다. 빨개진 볼과 올라간 입고리에서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행복함. 순수한 아이처럼 빛나고, 들떠있는 작가님을 보며, 괜히 뿌듯하여 내 입꼬리마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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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과 지성을 모두 갖춘 사람. 내가 가장 매력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가진 공통된 특징이다. 조승연 작가님은 물론이고, 최근에 돌려보던 알쓸신잡의 김영하, 유시민 작가님도 그렇다. 지성을 갖추면서도 뽐내지 않으며, 진심으로 타인을 대하고, 존중하며, 경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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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그런데 한자어를 찾아보려고 검색을 하다가 이미 있던 사자성어를 발견했다.

[맹자] 진심지성(盡心知性)

맹자의 盡其心者知其性也(진기심자지기성야)에서 유래된 말로, 

다산 정약용은 진심지성을 "마음을 다한다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요, 행동하면 반드시 알게 되며, 알게 되면 반드시 행하니, 앎과 행동이 서로 발해 상호 간에 수양이 된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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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혼자 맹자의 뜻을 깨우쳤다.

띠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