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의 관심사

"최근 관심사는?"

하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와 관심사의 시간적 관계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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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2. 관심사의 범위에 있으나 자주 경계를 왔다 갔다 하다가, 당장은 관심 범위에 들어와 있는 것.

3. 이전에는 관심 범위 밖이었다가 최근 들어 새롭게 관심 범위 안으로 들어온 것.

('예전'과 '최근'의 경계를 1-2년 정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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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심사는 3번의 위치에서 시작한다.

처음에는 일정 기간 탐색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주 흥미가 있으면 1번 서클에 정착, 흥미는 있으나 1번의 우선순위에 뒤쳐지면 2번으로 밀려나며, 별로 시간과 에너지를 쓸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범위 밖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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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의 관심사들은 이미 내 일상에 자리 잡힌 지 오래라, '관심사'라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하기도 한다.

아마 1번이 모이면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나하나 나열하기에는 양이 꽤나 방대한데, 지금 떠오르는 몇 개만 꼽자면 운동,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 외국어, 영화 정도가 되겠다. 일상이자, 반복되고, 익숙하고, 당당히 소개할 수 있다. 휴식을 위해 자연스럽게 찾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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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의 관심사는 비록 최근 관심사에 해당되진 않지만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일상이 지루할 때, 그러나 아주 새로운 것을 도전할만한 에너지가 없을 때, 관심은 있고 약간의 경험도 있으니 언제든지 다시 찾아갈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춤이랑 악기 연주(드럼)가 여기에 해당된다. 간간이 하면 재미있지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만큼의 욕심이나 에너지가 있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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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관심사는 1년 안팎으로 새로 생긴, 꽤나 핫한 분야이자, 새로운 것이기에 비교적 열정이 들끓는다. 

최근 관심사를 물어보는 질문에, 이 3번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것만 생각해도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요즘 보는 예능이라던지, 유튜브 채널이라든지. 

거르고 걸러, 관심사의 지속성과 극 최근(1달 이내)의 중요도에 적당히 비중을 둬서 다섯 개만 뽑아 나열한다면,

1. 글 잘쓰기 (잘 읽히고 깔끔한 문체로 다듬기)

2. 고전 읽기

3. 청각 (팟캐스트, 듣기 좋은 목소리)

4. 이탈리아어 실력 올리기

5. 크리스마스 방학 계획 세우기

정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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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내 에너지는 하나에 집중을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퍼져있을까. 그나마 다행인것은 하나에 관심을 가지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꽤나 높은 강도의 에너지를 투자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실력이 쌓일 때까지는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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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딱 그 정도, 취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취미만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아마 저 리스트 속의 새로운 다섯 개 관심사 중에서, 글쓰기와 고전 읽기는 1번으로, 이탈리아어는 실력을 좀만 더 쌓고는 2번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청각 관련해서는 아직 관심사 초반부 진입이라 탐색 과정 중에 있다. 크리스마스 방학에는 2번에 해당되는 것에 시간을 쏟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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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 맞다 싶으면 일찌감치 포기한다. 그렇게 걸러도 저만큼이나 남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일찌감치 포기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가능성이 보일 때마다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버린다. 한번 하기로 마음먹으면 제대로 해버리는 성격 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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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정도 수준에 그치는 것들이 많아지면 재미있고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그만큼 전문성이 떨어지고, '의미 있는 가치'로 이어지지 않는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생산을 해야 하는데, 나는 끊임없이 소비만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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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무언가, 가치 창출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와 열망은 차고 넘쳐흐르지만, 아쉽게도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방법을 찾으려고 고민하고, 아등바등거려도, 아직은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사람들의 원하는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 사이의 간극은 좁힐 수 있을까? 한번 물꼬가 트이면 될 거 같은데, 그 시작점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하나만 정해서 파고들면 더 수월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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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이것저것 다 하고 싶은 욕망을 컨트롤하지 못하기 때문에, 누리고 싶은 걸 다 누리려고 하는 욕심의 결과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반복할 것인가. 비생산적인 소비생활만을 이어나갈 것인가, 아니면 가치 있는 무언가를 창출하기 위해 집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