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이스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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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느 순간 여유는 나태함의 상징이라고 생각해서, 여유를 가지면 안 될 것 같은 거야.
달리는 행위에 강박이 생겼더라고. 못 멈추는 거야, 내가.
그러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래서 그때 '나 좀 위험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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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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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공감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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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오전 내내 침대에 누워 빈둥빈둥 책을 보다가, 밥을 먹고는, 소화도 시키고 크리스마스 선물도 살 겸 한두 시간 거리를 돌아다녔다. 방에 돌아와서는 예능을 켜놓고 느릿느릿 아크릴 물감으로 색깔 공부하는 과제를 하다가, 운동을 좀 하고, 씻고,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할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쉬어야지' 하고는 별 의미 없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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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급한 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온전히 '쉼'을 위한 시간을 마주하는 건 아직 어렵기만 하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되는데, 매번 휴식을 위한 선택을 할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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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밖을 두 시간 돌아다닌 것도, 집에서 하루종일 책이랑 티비만 보다가 하루를 보내면 너무 나태한 것 같아서, 굳이 뭐라도 쓸모 있는 일을 하자, 고 결심하고 밖을 나가기로 했다.

색 공부 과제도, 평일에 할 시간이 충분히 있는데, 굳이 미리 끝내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종이와 붓과 물감을 꺼내들었다.

글쓰기도, 여유 시간이 있는데 하루 빼먹기로 결정을 하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해서 계속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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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못하는 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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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생활하면서, 의도적으로 나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배워나가고 있다. 아직 주말에 갑자기 찾아온 휴식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버거워 하지만, 이 정도면 이미 장족의 발전이라 볼 수 있다. 요즘에는 무려 나를 위한 글쓰기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운동을 위한 시간을 우선시하기 위해 과제를 잠시 접어두기도 한다. 불과 작년의 내가 상상도 못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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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기간 동안 나에게, 주말을 포함한 매일의 최우선 순위가 '일. 공부. 과제'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부터 저녁에 눈을 감기 전까지의 생활 패턴이 '일. 공부. 과제'에 맞추어져 있었다. 쓰러져서 잠에 들었고, 좀비처럼 일어났다. 밥을 먹으면서 까지도 다음에 할 과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대학 생활 중에 심각할 때는 며칠간 잠을 너무 못 자서 방에 들어가는 길에 종아리 근육이 마비돼서 넘어질 뻔한 적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수업을 가다가 이대로 굴러 떨어져서 다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러면 당장 조금 더 자고, 쉴 수 있으니까. 아쉽게도 자전거를 너무 잘 타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치면 과제가 밀리기 때문에, 다치면 안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모로 미친 생각이었다. 다행히 학부를 졸업한 이후,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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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을 구분하기.

그게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가장 배우고 싶은 능력이다. 

하루에 여덟 시간 기준, 5일. 일주일에 40시간 동안 공부하고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정해진 시간 동안 집중하고, 일을 빠르게 끝내고는 여가 시간을 운동 등 취미 활동에 할애한다.

물론 필요할 때는 추가적인 시간 투자를 하겠지만, 평균적으로 이런 사고와 패턴을 가지고 있다.

아주 건강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태도이다.

이렇게 쉴 때는 충분히 쉬어주는 것이, 그들이 필요할 때 누구보다 오래 달릴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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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런 생활에 적응하는데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 나와는 정반대의 마음가짐과 패턴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어렵지만, 그들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배우려고 노력하니까, 차츰 나도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소리를 듣고, 조금씩 그에 맞추어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신이, 너 좀 쉬는 법 좀 배우라고, 네덜란드라는 나라로 보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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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으니, 어떤 생활 패턴이 더 좋고 나쁘다고는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개개인의 체력에 맞게, 지속적으로 몸과 마음이 가장 건강한 상태에 머무를 수 있는 패턴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나만의 페이스를 찾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페이스대로, 내 갈 길을 가는 것.

오래 달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