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봐서 아쉬웠던 것 하나

대학시절 나에게 아직 조금 미련이 남는 점을 하나 꼽는다면,

바로 놀이공원 캐스트 알바를 못해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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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알바말고, 놀이공원 알바.
놀이공원 알바를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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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버랜드와 롯데월드 캐스트 알바 지원을 했었고, 둘 다 서류합격 문자까지 받았었지만, 각각 다른 이유로 면접에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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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캐스트 지원은 졸업을 앞둔, 아마 18년 12월말 쯤이었던 거 같다. 석사 합격을 하고, 장학금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아직은 유학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시기였다. 만약 유학을 갈 수 있게 된다면, 9월 전까지 약 반년의 시간이 남았었다. 그동안 놀이공원 캐스트를 해보는 게 나의 멋진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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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하게도 롯데월드 캐스트 서류를 넣었을 즈음에, 카이스트 후기 페이스북 그룹에서 다른 인턴 공고를 보게 된다. 컨설팅 회사의 탑!이라고 불리는 맥킨지 서울 오피스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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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들어가서야 알게된 건데, 근 몇 년 동안 맥킨지에서는 학생 인턴을 뽑지 않았다고 한다. 아주 오랜만에 열리는 공고였고,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그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된 거다. 그리고 더 우연인 건, 당시 원하던 자격 요건이 중국어 가능자. 시간도 남고 중국어도 가능하니까 별 기대 없이 이력서를 보내봤다. 며칠 후에 바로 서류 통과됐다고 문자가 왔고, 한 시간 정도 후에 바로 전화 면접을 봤다. 당시 친구들과 전주 여행 중이었는데, 길거리에서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카페에 들어가서 면접을 보게 됐다. 언제부터 시간이 되는지 등의 절차적인 질문이었다. 갑작스레 이어진 중국인 컨설턴트분과의 중국어 질문에, 다행히도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가, 여하튼 얼마 안돼서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합격 후 일을 하던 중에 여쭤봤는데, 당시 서류 통과한 지원자 중에서 중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두명 뿐이었다고 한다. 그 두명에 내가 있었고, 그 둘이 합격을 하게 됐다. 어쩌다 보니 맥킨지 인턴 합격 썰이 된 거 같다. 하여튼 맥킨지 인턴에 합격해버리는 바람에 롯데월드 캐스트 면접에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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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인턴과 롯데월드 캐스트 알바. 근무조건이니 시급이니 스펙이니 모든 걸 따져도, 맥킨지 인턴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객관적으로 말이다. 대학교 저학년 시절에 컨설턴트라는 직업에도 관심을 가졌었기 때문에, 그들은 과연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맥킨지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내가 모르던, 숨막하게 치열한 세상 하나를 더 알게 됐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가지지 말아야지,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아무렴, 아주 크나큰 수확이다. 그럼에도 그때 롯데월드 캐스트 알바를 해봤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가끔 생각이 난다. 심지어는 맥킨지 인턴이 끝나고도 놀이공원 알바를 못해본 미련이 남아서, 유학 가기전 짧은 기간동안이라도 집에서 가까운 과천 서울랜드 알바 공고에 지원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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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대학교 저학년 방학 동안이라도 해봤어야 하는데, 20대 초반에는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는 데 급급했던 거 같다. 방학에 괜찮은 스펙 하나 쌓지 못하면 나 혼자 뒤쳐질 것만 같았다. 알바나 인턴도 여러 번 해봤지만, 모두 '학구적인' 종류였다. 그게 조건이 좋기도 했고 편하기도 했다. 애버랜드나 롯데월드 캐스트 알바를 한다고 휴학을 한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조금 천천히 가도 아무런 상관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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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미련이 남아 롯데월드 캐스트 공고랑 블로그 후기글들을 다시 읽고오고야 말았다. 석사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면서 캐스트 알바를 할 수 있으려나 하고 상상 회로를 돌려버리고야 말았다. 무려 석사 유학을 갔다 와서 놀이공원 캐스트 아르바이트한다고 하면 다들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살자고 마음먹으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안정 추구하는 선택을, 결국은 하고야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