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비건> 김한민

11월의 책, 아무튼, 비건
당신도 연결되었나요?

 

최측근 중에는 비건이 없다. 평소에 깨어있다고 생각한 선배가 비건이라는 걸 얼마 전 인스타로 알게 됐다. 그 외에는 내가 아는 선에서 가까운 지인 중에는 비건이 없다.

많은 비건을 접한 경로는 인스타다. 비건임을 공공연하게 알리는 계정 중 대부분은, 몇 십키로를 빼면서 식단 관리를 하는 과정을 공유하며 수많은 팔로워들을 모은 다이어터들이다. 간편한 건강식단 참조를 하려고 게시물을 스크랩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피드에 자주 뜬다. 물론 그들의 다이어트 성공과 의지에 박수를 친다. 그런데 앙상한 뼈만 남는 저체중을 위해 매일 고구마와 방울토마토뿐인 식단에 집착하며, 결국에는 광고 피드로 전략하는 그들에게 배운 '비건'이란 이미지는 딱히 좋지 않았다. 비건 옹호자 = 보여주기 식, 의 공식 같은 게 머리에 박혀있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비건은 그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비건이란:
단순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비건은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이자 소비자운동이다. 고기는 물론, 치즈나 우유 같은 유제품, 달걀, 생선도 먹지 않으며, 음식 이외에도 가죽, 모피, 양모, 악어가죽, 상아 같은 제품도 사지 않는다. 좀 더 엄격하게는 꿀처럼 직접적인 동물성 제품은 아니지만 동물을 착취해서 얻은 제품도 거부하며, 같은 의미에서 돌고래 쇼 같은 착취 상품도 거부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게 음식이니, 엄격한 채식이라고 알고 있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저자의 비건에 대한 소개다. 

비건은 단순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단순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도 아니다. 동물 착취를 반대하며 환경과 우리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비건이라는 개념을 조금 더 '건강하게' 접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럼 이상한 고정관념도 없었을테고, 오히려 비건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대단하다'라고 응원했어야 했다. 

저자는 모두에게 '비건이 되라!'고 하지 않는다. 완벽한 비건 한 명보다는 여러 명이 '비건식'으로 사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한다. 고기를 줄이고, 분리수거 제대로 하고, 전기도 아껴 쓰며 할 수 있는 것부터 제대로 지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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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한국 사람들이 뭘 믿는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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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에 머뭇거리는데, 친구는 이미 멋진 답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우리가 믿는 건 신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고, 가족, 친구, 학벌, 돈, 부동산, 성공도 아냐. 이 모든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건 '세상은 안 변한다'는 믿음이다. 어차피 나 혼자 애쓴다고 변하는 건 없으니 남들 따라 편하게 적당히 즐기다 가자는 주의, 복잡하고 골치 아픈 사회문제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최대한 외면하는 태도, 뭔가 바꿔보려는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잘났길래'라며 멸시하는 반응, 모두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이 믿음에 기반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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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 들을수록 신통한 해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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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1%)

"우리 인류가 50년 후에 지금을 되돌아봤을 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여길 일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로 21세기의 '홀로코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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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손님은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공장식 축산입니다. 즉, 인류가 공장식 축산에서 동물들을 다루는 방식 말입니다. 미래 인류가 돌아본다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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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1%)

평소에는 주로 현미밥, 고구마, 푸른 채소 샐러드, 각종 나물 종류, 두부류, 김, 비건 이탈리아 파스타류, 스무대, 호두와 같은 견과류를 즐겨 먹는다. 한식으로는 보리밥, 청국장, 된장찌개, 열무국수, 동치미로 맛을 낸 냉면, 들깨탕이나 국수, 달걀 뺀 콩국수, 메밀국수, 감자전이나 녹두전, 도토리묵, 우엉잡채, 버섯 매실 탕수, 물김치, 더덕구이 등을 좋아한다. 외국식 중에는 다양한 인도 카레 특히 렌틸콩 종류, 후무스나 팔라펠, 비건 베트남 요리나 태국 요리, 중국식 가지나 청경채 요리, 멕시칸 과카몰리 등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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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4%)

한 손은 소의 항문을 통해 직장 안으로 집어넣고, 한 손으론 성기 안으로 인공수정 관을 자궁 입구까지 억지로 밀어 넣는다. 이때 암소가 반항하지 못하도록 거치대에 결박시키는데, 외국에서는 일부 업자들이 이 장치를 '강간대(rape rack)'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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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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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도 나는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태생에 장이 좋지 않아 고기를 먹거나 유제품을 많이 먹으면 바로 소화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도 단백질을 챙긴다고 계란을 먹어왔고, 해산물은 좋아해 기회가 되면 꾸준히 먹어오고 있다. 어쩌다 보니 페스코 베지 테리언 (육류는 먹지 않고 알이나 유제품, 해산물은 먹음) 식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자의 비건 소개글을 보고 '저걸 어떻게 다 지켜! 숨 막히네'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만큼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 정도로 동물 착취가 당연시 되어있다. 이 책을 읽고도 별 생각이 없다면, 나 또한 '세상은 안 변한다'는 믿음에 동참하는 꼴이다. 다들 대충 버리는데 나 하나 때문에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을 버려버려야 한다. 

지금 냉장고에 들어있는 계란 및 유제품까지만 다 먹고 차차 소비를 줄여야 겠다. 여기 '비건식'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 한 명 추가요!

(아직 나도 안봤지만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은 아래 다큐멘터리를 보길 바란다. 책에서 추천한 추천 영상 중 몇 개만 뽑아봤다. 나도 곧 볼 예정)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11월 10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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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cowspiracy> 다큐, 2014 : www.netflix.com/watch/80033772?source=35

카우스피라시 | Netflix

<Let us be heroes> 다큐, 2018: www.youtube.com/watch?v=goBKGTYl2fo

<The game changer> 다큐, 2018 : www.netflix.com/watch/81157840?source=35

더 게임 체인저스 |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