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하라 Choose your place and method

ㅊ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순간을 담았다. 2020년 8월 18일 오전 9시 33분에 찍힌 내 책상 사진이다.

넓은 책상에 노트북과 방금 내린 Lungo 커피 한잔, 그리고 창밖에는 낮은 벽돌 건물을 마주하고 오른편에 운하가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생활하던 한국의 집과는 아주 다른 풍경이다. 

아주 개운하게 아침 일찍 일어난다. 일기를 쓰고 계획을 세운다. 한 시간 땀이 뻘뻘 나게 운동을 한다. 샤워를 하고 먹고 싶은 것들로 채운 요거트볼을 맛있게 먹는다. 경제 팟캐스트를 듣고 책을 읽는다.   

해가 긴, 활기찬 여름이라, 그리고 아직 학교 수업을 시작하기 전인 방학이라 그런지는 모르겠다. 학교 수업이랑 과제가 없으니 당연히 시간이 남아 돈다.

그래도 불과 며칠 만에 내가 가진 에너지의 흐름이 바뀌었다. 나의 온전한 시간과 공간을 되찾았다.

살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냐 네덜란드냐가 아니다. 나만의 공간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소중하고 재미있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집'에서 나는 처참히 해이해진다. 몸은 편해도 마음과 머리로는 아무것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2014년부터 기숙사 생활로 '내 시간'을 '내 마음껏' 쓰는데 익숙해져 있다. 한국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었지만은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그리고 내 선택에 매우 만족한다.

매일 비오는 네덜란드의 날씨는 질색이지만, 그렇다고 어찌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을까.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고 받아들이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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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내가 원하는 곳에 왔다. 이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는 것'이었다.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선에서는 흥미 있는 분야는 거의 다 시도해봤다. 학교 과제도 있고 너무 많은 걸 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날이 수두룩했지만, 과정이 재미있어서, 또 좋은 결과가 더해지니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붙었다. 자신감이 자존감을 높이고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게 작년에 내가 네덜란드에 와서 잃었던 것 중 하나다. 원래 나는 열심히 사는 인간인데, 유럽에와서 억지로 '여유'를 찾으려 했던 거다. 내 생활에 억지로 '여유'를 욱여넣다 보니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과 가지고 있던 장점들을 하나둘씩 잃기 시작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자존감도 떨어졌다.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의 오랜 친구들이 여러분을 좋아한 이유를요. 아마도 그들은 여러분이 뭔가 독특한 부분이 있어서 좋아했을 겁니다. 유난히 개구쟁이였거나 뭔가를 유독 잘 만들었거나, 노래를 간드러지게 불렀거나 달리기를 잘했거나, 아니면 유난히 말수가 적고 조용했다거나...

앞으로 수십년 동안, 친구들이 좋아했던 당신만의 독특함과 유별남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살아가세요. 당신의 독특함과 유별남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해 주고, 당신을 돋보이게 해 주고, 취업과 사업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커다란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는다는 이유로 당신의 독특함과 유별남을 꼭꼭 가면 뒤에 숨겨 놓지 마십시오. 그러면 타인과 똑같은 얼굴로 살게 됩니다. 유별나게 살다 보면, 독특하게 살다 보면 최고의 행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크리스 사카 (Chris Sacca)

<타이탄의 도구들> 중 일부

 

남들에게 맞추려고 하지 말자. 내가 원래 가진 강점고 장점을 살리자. 운동도 열심히, 내 할 일도 열심히 하고, 디자인할 때도 디테일을 살려서 예쁘게 만들고. 

그리고 도전해보고 싶은 게 생기면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나는 나인데, 그게 유럽이라고, 네덜란드라고 달라질 건 없다. 여기에서 좋은 점을 잘 습득해서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나를 바꾸려들지 말고 내가 가진 장점을 활용하면서 말이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8월 18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