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취미 생활하며 살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걸 배우기만 해도 먹고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프로 취미러(?)인 나는 어렸을 때부터 끝장 볼 때까지 취미활동을 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처음 공기놀이를 배웠는데, 첫날에 너무 못했다. 잘하고 싶어서 그 날 이후로 방과 후 집에 오면 거실에 앉아 혼자 매일 두세 시간씩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얼마 후엔 우리 반 공기 짱이 됐다. 휘파람 불기도 그렇다. 합창단에서 휘파람 부르는 구간이 있었는데 소리가 잘 안나는 거다. 그 후로 한 이주 동안 거의 하루 종일 휘파람을 불기 연습을 해서 2옥타브 반까지 올라가는, 노래보다 휘파람을 더 잘 부르는 자칭 휘파람 실력자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작은 걸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꽂히는 걸 배우다보니 잔재주가 많아졌다. 운동도 각 항목별 실력은 다르지만, 축구,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달리기, 자전거 타기, 복싱, 주짓수를 하고, 비보잉도 했다. 중, 고등학교 때 달리기랑 축구는 반대표랑 학교 대표 선수도 했다. 대학교 때는 동아리에서 춤 공연을 했고, 대학을 졸업하고는 주짓수 입문 두 달 만에 대회에서 메달을 땄다. 아마도 한 가지에 집중했으면 실력자가 되었을 거다. 그렇지만 나는 한 분야의 운동 고수가 되는 거보다는 다양한 운동을 배우고 플레이하는 순간에서 재미를 찾는다. 처음에는 정체기가 있는데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실력이 확 늘어있다. 이런 모먼트에 희열을 느끼고 더 꾸준히 하게 하는 원동력을 얻는다.

악기는 드럼, 피아노, 플룻을 다룬다. 여행 가는 거도 좋아하고, 책 읽기, 영화보기, 미드 보는 거랑 한국 예능 보는 것도 좋아한다. 핸드폰 게임도 종종 즐긴다. 고등학교 때는 동아리를 10개 넘게 했으니 말 다했다. 

아직은 학생 신분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학교 공부를 최소화하고 취미 생활에 시간을 쏟고 있다. 코로나 19로 공간을 대여해야 하는 춤, 운동, 악기 연습을 못해서 몸이 근질근질하다. 지금도 방에서 요가 정도는 하는데, 주짓수나 춤 연습을 하면서 숨이 머리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헉헉 거리며 온몸이 후들거리는 그런 느낌을 원한다. 그 비는 시간을 누워서 영상 보기로 채우는 거 같다. 비생산적이다. 시간이 남는 다고 학교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적은 없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취미 생활을 하고 살 수 있을까? 졸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직장을 다니게 되면? 한국에서도 괜찮은 회사에 취직해 일을 하면서 취미 생활이 가능할까? 내가 백수 신분으로 주짓수 도장을 다닐 때만 하더라도, 직장인 분들은 잦은 야근이나 회식으로 일주일에 두 번 운동 나오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그나마 주짓수 도장을 등록한 거 자체가 비교적 퇴근 시간이 정해진, 워라밸이 보장된 직군이라고 했다. 그래서 도장분들을 보면 공무원이 많았다. 휴학을 하고 스타트업 인턴을 할 때도 칼퇴는 눈치가 보였다. 당시 화 목 저녁에 비보이 레슨을 들었는데, 나는 어차피 인턴이니까 잘려도 그만이다 하면서 딱 내 할 일만 끝내고 춤 연습을 갔다. 다른 분들은 회사에 남아 계셨다. 나 같아도 정직원이면 칼퇴를 못할 거 같다. 그러면 저녁 취미 생활은 꾸준히 할 수가 없다.  

이런 취미 생활을 다 뛰어 넘을만큼 열정이 넘치는 분야의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생각한 게, 반대로 취미 생활에 맞춰서 일을 찾는 방법은 어떨까?

티비를 보면, 배우라는 직업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절대로 연기가 하고 싶다거나 TV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싶다는 게 아니다. 스파이나 FBI 같이 허황된 꿈을 꿔본 적은 있어도 배우는 관심도 없고 꿈도 꿔본 적도 없다. 배우가 부러운 이유는, 한창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과 공백기, 이렇게 삶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을 쉬더라도 배우라는 직업을 그만둔 게 아니다. 일반적인 회사원은 가지기 힘든 라이프 스타일이다.

취미가 많은 연예인도 많다. 어떤 작품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 특정 운동이나 악기를 몇 달간 트레이닝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때 최고 실력자 선생님에게 짧은 기간 동안 몰입하여 배워서 실력도 빠르게 키운다. 또,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재주를 익혀두면 다음 작품에도 도움이 된다. 취미가 곧 몸 값을 키우는 것이다. 집중해서 작품을 끝내고 나면 아예 쉬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며 다음 작품을 위해 준비한다. 모든 직업에는 장 단점이 있지만, 이런 부분은 정말 부럽다. 

아쉽게도 연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 또 다른 비슷한 직업이 없을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어라, 비슷한 게 하나있다. 바로 작가다. (소설가 말고)

작가는 하나의 주제로 책 집필을 결정하면, 특정 기간동안 그 주제에 깊이 공부하고 글을 써낸다. 또, 하루 종일 글만 쓴다고 효율이 높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혼자 컨트롤할 수 있는 자기 시간이 많다. 내가 궁금하거나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그걸 배우는 게 다음 책 집필에 도움이 된다. 그 분야에 대한 책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 프로 취미러 이자, 작가 한 분이 계신다. 조승연 씨다.

 

이 분 채널은 아주 최근에 알게 됐다. 어쩌다 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조승연 님 채널로 이끌었는데, 채널 소개는 다음과 같다:

여행, 취미, 요리, 음악, 문학, 공연, 운동이라니!! 요리 빼고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식탐이 많아서 먹는 거는 원체 좋아하고, 요리는 아직 내공은 없지만 잘하고 싶은 분야다. 조승연 님이 바로 취미를 능력으로 키워 먹고사는 분이었다. 물론 조승연 님은 글만 쓰는 건 아니고 방송이나 강연 등 여러 분야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계신다. 이건 완벽하게 내가 원하는 삶이다.

이제까지 나는 잡다한 재주나 지식은 많은데, 딱히 하나를 뛰어나게 잘하는 게 없어서 도대체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뭐 해 먹고살아야 하지 하는 고민이 많았다.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요즘 시대에는 재주를 잘 융합해서 상품성만 갖추면 이걸 활용할 수도 있겠구나 했다. 자기를 브랜드화, 상품화하는 게 관건이다. 책과 경험으로 지식을 쌓고, 꾸준한 글쓰기로 생각을 정리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자. 

리틀 조승연이 되는 그 날까지!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5월 11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