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고 궁금하지 않은 나라, 벨기에 🇧🇪

오늘 아침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종횡무진 세계로 가다> 코너에 벨기에가 소개되었다. 

벨기에는 한때 네덜란드와 연합 왕국을 구성했던 이웃 나라이다. 네덜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내가 사는 델프트에서도 기차로 한시간만 가면 벨기에로 넘어갈 수 있다. 라디오를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소개된 나라 중에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나라여서 다른 때보다 관심을 가지고 들었다. 

우리나라와 벨기에의 연관성을 키워드로 꼽으면 삼겹살과 통일이다. 

벨기에 사람들은 특히나 지방이 많은 고기 부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테이크만 먹으니까 남는 삼겹살 부위를 우리나라로 수출한다. 벨기에 하면 초콜릿은 떠올라도 삼겹살이라니 의외였다. 생각해보니까 고깃집 흰색 메뉴판에 궁서체로 적힌 '벨기에산'이라는 글씨를 본 것 같기도 하다.

벨기에는 이모저모 재미있는 점이 많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사용하는데, 이게 3개의 구역으로 명확하게 나뉘어 있어서 거의 3개의 지방자치로 봐도 무방하다. 또, 지리적으로는 서유럽 국가에 속하지만 국민의 대부분이 개신교가 아니라 가톨릭이라고 한다.

또, 벨기에의 초대 국왕은 벨기에 사람이 아니다. 18세기에 독립하면서 영구적 중립국으로 남는 조건이었다. 원래는 프랑스에서 왕을 뽑으려 했는데 영국이 반대하고, 영국에서 뽑으려 하니 독일이 반대 했다더라. 여러모로 작고 치이는 나라인 듯하다. 또 이러한 원인들로 세계 2차 대전 시부터 석유 화학의 중심지가 되었다. 지금은 석유 화학 분야의 글로벌급 회사들만 벨기에에 72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벨기에가 주위 나라의 입김에 압박을 많이 받았던 것 처럼, 막강한 힘이 없는 나라는 국가적 결정을 자체적으로 내리지 못한다. 벨기에가 독립을 한 과정처럼, 우리나라도 결국에 통일을 하겠다고 국가 내에서 결정을 내리더라도 주변국들이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거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통일은 해서는 안 되는 것 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머지않아 통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근시안적으로 보면 손해가 크겠지만, 강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절차다. 중국과 일본도 당연히 이를 알고 반대를 하겠지만 말이다.

유럽 유학을 하고 요즘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유럽은 더 이상 선진국이 아니고, 한국이 엄청난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향길을 걷고 있었지만 아시아 사람들의 환상과 동경으로 실체가 베일에 가려 있었다고 본다. (싱가폴을 제외하고) 한국만큼 평균적인 국민성을 갖춘 나라도 드물다. (윤리 의식은 잘 모르겠다.) 그렇기에 더욱더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에서 나는 어떻게 전문성을 띄고 성공할 수 있을까.

 

다시 벨기에로 돌아와서,

접근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작기도 하고, 벨기에 하면 떠오르는 게 와플 뿐이어서, 여태까지 여행지로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네덜란드에서 국경을 넘어가기가 너무 쉬우니까 반년 넘게 사는 동안 여행 우선순위에 밀렸다. 그런데 벨기에에 다녀온 학교 친구들 (한국인 한 명과 중국인 한 명 각각) 둘 다 벨기에가 너무 좋았다고, 다음에 다시 갈 거라고 하길래 그만한 매력이 있나 싶어 궁금해졌다. 지난 방학 때, 큰 기대를 품고 갔던 바르셀로나 여행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서 여행 권태기가 왔었다.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던 도시였는데 역시 상상하는 것과 직접 가보는 건 달랐다. 그래서 한동안 여행 욕구와 의지가 확 줄었었는데, 이번 라디오 방송을 듣고 벨기에는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언제 잠잠해져서 언제 다시 네덜란드로 복귀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유럽에 사는 2년 동안 그곳에서 배울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다 하고 오자, 고 마음먹었는데 참 쉽지가 않다. 돈, 시간, 마음, 체력의 여유가 한 번에 오기는 어렵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4월 26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