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1 윈키아 플래너

 

2021년 플래너를 손에 쥔 기념. 

올해는 윈키아 Medium (A5) 브라운 하드 커버 플래너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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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한 2021년 Medium (A5) 브라운 플래너

 

 

 

 

2019, 2020, 2021년 플래너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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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첫 구매를 시작으로 벌써 6년 차에 접어든 윈키아 플래너 유저다. 이제는 11월초만되면 자동적으로 윈키아 플래너 웹스토어에 들어간다. 이번 신상은 어떤 색인지, 혹시나 내가 원하는 색이랑 사이즈가 품절되지 않을까, 하고는 예약 배송 기간에 미리미리 구매해둔다.

6년 전 우연히, 친구가 페이스북에 플래너 공구글 올린 걸 보고 멋모르고 따라 구매했다. 내 생에 제대로 끝까지 사용한 첫 플래너이기도 하고, 별 흠 없이 나와 잘 맞기도 해서, 가격대가 조금은 있지만은 이렇게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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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키아 플래너를 쓰기 전에는 장기 계획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꽤나 충동적인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조차도 귀찮아서 다이어리를 써본 적도 없다. 과제나 공부해야 할 게 생기면 대충 눈 앞에 보이는 포스트잇에 그날 할 일을 적곤 했다.

사람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렸을 때와 다르지 않게 지금도 책상 위에는 해야할 일을 적어두었던 포스트잇 종이들이 굴러 다닌다. 아직도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그대로 따르는 편은 아니다 (유동적인 걸로 해두자). 그럼에도 플래너를 매년 사고, 하루를 기록해나가는 중이다.

플래너를 보면 1년을 어떻게 살았는 지 되돌아볼 수 있다. 방학이거나, 조금 나태했던 기간을 보면 몇 주 동안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빈칸을 보이기도 한다. 그에 반해 바쁘고 치열했던 기간을 펼쳐보면 빽빽한 검은 글씨가 양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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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플래너 첫장 목표 선언서를 읽어보니, 처음 세웠던 프로젝트성 목표 중에 지켜진 게 별로 없다. 그럼에도 왜 계속 의미 없는 목표를 세우냐 함은, 아예 없는 것보다는 새해 기분이 나기도 하고, 뭐라도 더 하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아예 불가능이 되어버린 목표도 몇 있다는 것! 예를 들면 네덜란드 주짓수 대회에서 메달 따기랑 비보잉 연습이랑 드럼 솔로곡 연습. 주짓수 대회는 등록도 했지만 코로나로 취소됐었고, 춤 연습실이랑 드럼 연습실 빌리기는 코로나로 위험 부담이 커져버렸다. (2020년 첫 몇 달은 했다) 너무 한심하게만 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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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번년도에는 책도 충분히 많이 읽었고, 블로그를 시작해서 글 실력도 늘었고, 집 밖은 안 나갔지만 홈 트레이닝도 빠지지 않고 했으며, 팔 굽혀 펴기 30일 프로젝트로 0개에서 연속 20개를 넘기기도 했다. 새로운 언어인 이탈리아어를 배워서 귀가 트일락 말락 할 수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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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올해 처음으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가에 대한 생각을 아주 깊게, 많이 했다. 갖고 싶은 '직업'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어떤 생활을 하며, 어떤 사람들과,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들 말이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혼자 한 방에 갇혀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앞만 보며 달려오던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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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런 벽을 혼자 마주했을때,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길잡이를 해줬으면, 아니 이런 시간을 미리 겪어본 누군가가 아주 조금의 조언이라도 해줬더라면 그만큼 힘들지 않았을 텐데. 뭐든지 잘못되면 내 부족함을 탓하고, 옆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내 성격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덕분에 몇 달 동안, 혼자 이 방법 저 방법을 써가며 이런 상황을 이겨내려고 발버둥을 쳤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명상을 하고, 운동을 하면서 마음을 단련해 나갔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큰 깨달음을 안겨줬다. 이번 마주했던 벽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더라도 해결하지 못했을 거라는 걸. 오직 나만이 할 수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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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살면서 크고 작은 힘든 일들이 찾아오겠지만, 이제는 별로 두렵지 않다. 꾸준하고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은 뭐든 된다고 했다. 나는 꾸준하고 성실하니까 (그리고 똑똑하고 싶은데 똑똑하다고 믿자) 다 잘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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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적어두었던 내 핵심 가치를 보니 '꾸준하게, 건강하게, 여유롭게'였다.

2021년에도 꾸준하고 건강하고 여유롭게,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해서 '재미있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