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4월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20.04.05)

 

 

 

제목과 표지 디자인과 평점을 보고 골랐다가 의도치 않았던 내용을 마주한 책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제목만 보면 얼마나 소설 같은가.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를 문자 그대로 느꼈다.

평소에 책을 읽기 전에 겉표지와 제목을 보고 어떠한 내용일까 짧게 유추를 한다. 왠지 영국 런던,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 벌써 밖은 어둑해진 저녁 5시 50분쯤, 살짝의 푸른빛이 감도는 진한 군청색과 검은색, 그 사이의 모자와 코트를 걸친 한 남자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왼쪽으로는 주방이 있고, 오른쪽 카키색을 띤 벽에는 코트를 걸어두는 용도의 작은 갈고리 모양의 우드 행거가 달려 있으며, 불과 1m 앞 정면에는 좁은 통로의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시작되는데, 그 여덟 계단쯤 위 시선에서 바라보느라 얼굴이 삼분의 이쯤 가려진 남자의 나이를 유추할 수 없다. 아마 아내로 추정되는 여자는... (생략)의 풍의 소설이 머리에 그려졌다. 0.1초 만에 스친 이미지다.

그런 류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본 탓일까.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실제로 저자(의사)가 바라보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곤 하는 시각 인식 불능증을 가진 환자의 이야기다. 이러한 병을 가진 사람들은 시력이 좋지 않다던가 시각적 처리를 담당하는 뇌 부위의 손상이 원인이 아니다. 앞에 사람이 있고 물건이 있고의 구별은 하지만, 눈 코 입을 조합해서 한 사람의 얼굴로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인상 깊은 특징, 예를 들면 아주 심한 매부리코를 가졌다던가, 걸음걸이가 특이하다던가로 그 사람이 누군지 파악한다고 한다. 심지어 C라는 사람을 특징적인 걸음걸이로 파악한다고 하면, C가 움직이지 않고 멈춰서 있을 때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고 한다.

이 책은 24편에 걸쳐, 뇌와 관련된 각기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예상과 너무나 다른 책이었고 관심 분야가 아니기도 하고 서술 방식에 지루한 면이 있었기에 완독은 하지 않았다. 목차에서 몇 개의 스토리만 골라 읽었다. 듣기만 해도 불편할 거 같은데 정작 이러한 병을 가진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생활 방식을 가지고 덤덤히 살아간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4월 10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