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농장> 조지 오웰

2월의 책, 동물 농장

 

 

 

<동물 농장>은 세계 2차 대전 직후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을 그린 우화이다. 조지 오웰이 일약 명성을 얻게 된 소설이자, <1984>와 함께 조지 오웰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Eric Arther Blair)로 인도에서 태어났으며, 영국의 대표적 작가이자, 언론인, 비평가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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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필독도서로,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English Literature 과목 선정도서로, 그렇게 한국어와 영어로 접해본 경험이 있다. 당시 내게 <동물 농장>이란 어둡고 퍽퍽하고 말도 안되고 어려운 이야기였다. '왜 돼지가 나와서 인간을 물리치고 자기 멋대로 하는 거야!' 세상을 아직 잘 모르던 순진한 시절이었다. 그러니까 인간의 이기심, 간사함, 탐욕 등의 악한 본성을 깨닫기 전이다. 약 십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비로소 소설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똑같은 책이더라도, 누가 언제 어떻게 접하느냐에 따라 이해도와 해석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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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그런데 우리는 왜 계속 이 비참한 조건 속에 살아야 하는 겁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노동해서 생산한 것을 인간들이 몽땅 도둑질해 가기 때문입니다. 동무들, 우리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거기 있소. 한마디로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오. 인간은 우리의 진정한 적이자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몰아내기만 하면 우리의 굶주림과 고된 노동의 근본 원인은 영원히 제거될 것이오.

인간은 생산하지 않으면서 소비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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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7%)

• '인간은 생산하지 않으면서 소비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를 텍스트로 읽고는 흠칫했다. 작년 11월쯤 무력감에 빠졌을 때 겪은 감정과 일치했다. 어느 날 문뜩 청소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어질러진 방을 보고는,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쓰레기만 생산하는 쓸모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나는 굉장히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이다. 

 

몰리가 또 물었다. "그때 가서도 내가 갈기에 댕기를 매고 다닐 수 있을까요?"

동무, 당신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그 댕기라는 건 바로 노예의 표시야. 댕기보다 자유가 더 값지다는 걸 모른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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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1%)

• 노예는 자신이 노예인 줄 모른다. 그러나 모르는게 오히려 속 편하다. 

 

그렇게 해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동물들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반란은 성공을 거두었다. 존스는 쫓겨나고 메이너 농장은 동물들의 차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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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3%)

• 지금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규범 또한 이처럼 우연과 운에 의해, 근본 없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이 뭔가 잘못돼 있어. 내 생각으론, 더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해결책인 것 같아. 지금부터 난 아침에 한 시간 먼저 일어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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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1%)

• '복서'라는 이름의 '말'의 대사다. 소설에서 평범한 노동자를 상징한다. 그의 말과 행동은 마치 이전의 나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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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나는 왜 쓰는가> 중:

먹고 살아야 한다는 요구를 제외한다면, 나는 작가들이 글을 쓰게 되는 데는 (산문 작가의 경우) 네 가지 큰 동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1) 순전한 이기심. 남들보다 똑똑해 보이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죽은 후에도 기억되고 어린 시절 자기를 무시했던 어른들에게 보복하고 싶은 욕망. 이게 작가의 동기, 그것도 강한 동기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작가는 이 특징적 동기를 과학자, 예술가, 정치가, 법률가, 군인, 성공한 사업가, 말하자면 인류의 꼭대기 부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과 공유한다. (중략)

2)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 혹은 말의 아름다움과 말의 적절한 배열이 지니는 아름다움과 말의 적절한 배열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지각하기.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 그래서 놓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어떤 경험을 공유해 보려는 욕망. (중략)


3) 역사적 충동. 사물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한 사실들을 발견하며 후대를 위해 이것들을 모아 두려는 욕망.

4) 정치적 목적. '정치적'이란 용어는 이 경우 가능한 한 넓은 의미의 것이다.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보려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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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5%)

• 조지 오웰이 말하는 글을 쓰는 동기에 따르면, 나는 '순전한 이기심'으로 시작하여 그 과정에서 '미학적 열정'을 깨닫고, '정치적 목적'이라는 새로운 동기에 눈을 떴다. 

 

내가 쓴 책들을 회고컨대,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었을 때일수록 나는 어김없이 생명력 없는 책들을 썼고 분홍색의 화려한 단락과 의미 없는 문장과 수식 형용사들 속으로 속아 넘어갔으며 그래서 대체로 허튼소리들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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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7%)

 

단지 나는 근년 들어 아름답게 쓰기보다는 더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한다는 말만 해두고자 한다. 어떤 글쓰기의 스타일 하나를 잘 다듬어 터득하고 나면 이미 그 순간 우리는 그 스타일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동물농장>은 내가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해 보고자 한, 그래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충분히 의식하면서 쓴 첫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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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장강명 작가의 책을 읽었다. 그가 가장 닮고 싶은 소설가가 바로 조지 오웰이라 했다. 조지 오웰의 어떤 면이 닮고 싶었을까 궁금하여 몇 년만에 그의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전에는 '스토리 라인이 재미있어서'가 소설을 읽는 주 목적이었다면, 요즘에는 그 뒷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작가의 개인적 성장배경과 소설이 쓰인 사회적 배경을 알고 나면 비로소 왜 이런 문학 작품이 탄생했는지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