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인간, 배우 박정민

작년 12월, 나 혼자 산다 편에 박정민 배우가 나왔다. 촬영을 마치고 귀국한 공항 씬으로 시작된다. 추운 날씨에 후디 하나 입고, 매니저 없이 캐리어를 질질 끌고 가면서 비틀대는 모습부터 홀딱 반해버렸다. 그리고 바로 깨달았다. 아 이 사람은 내가 좋아하게 될 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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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이전에는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잘 몰랐다. 배우로서 그를 알게 된 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때부터다.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천재 피아니스트 역을 소화했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리고 피아노를 정말로 잘 쳐서 (손만 클로즈업해서 찍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게 진짜 피아노 연주를 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하고 관람 내내 의문을 품었다.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궁금해서 찾아본 게 바로 배우 박정민이었다. 검색을 좀 더 하다가 고려대 자퇴를 하고 한예종에 들어갔다는 정보도 알게 됐다. 역시 천재삘이 났다니까. 그러나 나는 딱히 한 명의 배우나 가수나 연예인을 좋아하거나 덕질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에 대한 관심은 거기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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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나 혼자 산다로 그를 접했다. 너무나 사람 냄새나는 첫 장면에 반해버렸으니 그다음 장면은 덧붙일 말이 없다. 은둔형에, 뽐내지 않아도, 예술가의 끼가 뿜 뿜 흘러나온다. 본업은 잘하고 빙구미 있다. 나의 인생 처음 배우 덕질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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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오르는 불꽃에 장작을 덧댄건, 바로 그의 글솜씨다. 브런치에 올린 글을 읽고는 문체에 매료되었다. 파도 파도 또 나오잖아. 그는 이미 <topclass>에 4년 간 글을 연재했었고, 이를 모아 <쓸만한 인간>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유학 생활 중이라 종이책은 구할 수가 없었고, 바로 전자책 구매를 하고 침대에 누워 한자리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단순히 팬이라서가 아니라, 요즘 서점에 찍어져 나오는 비슷한 류의 에세이에 물렸다면은,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문제가 아주 매력적이고 탐이 난다. 그저께 저녁에 마음이 허하고 잠이 오지 않길래 오랜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한 챕터만 읽고 자려고 했으나 그건 큰 욕심이었어. 좀만 더 좀만 더 하다가 결국에 책 끝페이지까지 읽고서, 잘 시간을 훌쩍 넘기고야 눈을 감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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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영화를 봤다. 극장에서 보지 못하니 영화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작년 나 혼자 산다에서 귀국 씬의 이유였던 바로 그 영화. 물론 그동안 그가 출연한 여러 영화들을 찾아봤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단연코 그의 연기 실력이 돋보인다. <쓸만한 인간>이라는 책 어느 한 부분에서, 연기자로서 해보고 싶은 배역 중 '여자 연기 하기'가 있었다. 이렇게 몇 년후에 하나를 이뤘구나. 또, 혼자 사는 방에 왜 이렇게 침대가 크냐라는 친구의 말에 '나 혼자 산다 출연할 수 도 있지'라고 툭하고 말을 던지기도 했던데. 사람 일은 모를 일이다. 그만큼 능력자이다, 박정민 배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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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그리고 이분은 책방 운영도 한다. 친구와 둘이서. <책과 밤 낮>이라고. 집에서 좀 멀긴 하지만, 졸업하고 귀국하면 꼭 한번 찾아가고 싶다. 내년 여름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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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배우가 자기 이름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글을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댓글도 받아봤으면. 나도 혹시 모르니까, 어쩌면 이뤄질 수도 있으니까, 작은 희망 품고 툭하고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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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박정민 배우 찬양글이었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11월 12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