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아이처럼!

아무개님,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 2021년 시작을, 가족들과의 영상 통화로 맞이 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이제는 영상 통화도 줌으로 하게 되네요.

나이도 한 살 더 먹었습니다. 이제는 도저히 어리다는 핑계를 댈 수 없는, 어엿한 어른입니다. 그래도 저, 아직까지 편의점에 가면 신분증 검사를 받습니다. 얼마 전에는 네덜란드 마트에서도 검사를 하더라고요.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신분증이 없어 편의점에서 맥주 빠꾸를 당했을 때 화가 났었는데. 지지난주에 받은 신분증 검사에는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마스크를 써서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캐셔는 제 키로만 나이를 판단하지 않았을까요? 기분이 나빠졌네요. 앞에 말, 취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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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2020년은 참, 어려웠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말입니다.  

일 년 전엔 제가 어떤 상태였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려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2020.01.01 at Porto

여행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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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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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유학 와서 걱정만 한아름 안고 있는 나.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의 연속에 명확한 답 또한 나지 않는다.
이것도 저것도 만족해하지 못하는 갈대같이 흔들리는 삶.
너는 지쳐 쓰러질 만큼 도전해본 적이 있느냐.
여행은 도피처인가 아님 머리를 비워주는 해우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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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

- 내 일기장 - 

포르투를 여행 중이었군요. 글만 봐도 상태가 만만치가 않네요.

친구 둘과 해질녘 노을을 보며 앉아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혼자 펑펑 운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떨어지는 낙엽이 툭하고 건드려도 펑 터질 것만 같았던, 그런 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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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는 달리, 2021년은 왜인지 뭐든 잘될 것만 같습니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 있잖습니까. 기운이 좋습니다. 무슨 자신감인지, 다 잘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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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요?

아뇨.

아무런 계획도, 정해진 것도 없습니다.

큰 일정이라면, 올여름에 드디어 석사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것. 졸업을 하고 나서는 바로 네덜란드를 떠나 한국 땅을 밟아야겠다는 굳은 의지뿐. 그 후로 무엇을 할 건지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대책이 있으려면 취업 준비를 하던가, 뭐라도 알아보기 시작해야 하는데, 무슨 배짱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는 영락없는 백수행입니다.

문제는, 계획을 세울 수 조차 없다는 겁니다. 가고 싶은 회사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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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2021년을 맞이하여, 마음가짐이라도 새롭게 해 보려고, 지난 한 해를 되돌아봤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2020년이 힘들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 생활을 시작하면서, 제게는 맞지 않는 크고 무거운 갑옷에, 억지로 몸뚱이를 쑤셔 넣으려고만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무거운 갑옷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마법 빗자루가 필요한 사람인데 말이죠. 훨훨 날고 싶은 제 자신에게 갑옷을 씌워 놓고는, 그 무게를 못 견딘다며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2n 년 인생 중, 가장 저 답지 않게 살았던 한해였습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탓에 힘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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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는, 잃어버린 저를 되찾아 보려고 합니다. 

나이는 한 살 더 먹었지만, 저는 다시 '아이'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영어 알파벳 'I' 말고 어린아이 할 때 그 아이 말입니다.

#아이처럼, 이 2021년의 키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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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 열심히 딴짓하며
• 감각적으로, 새로운 시선으로 
• 즐기고 누리고 휴식하며
• 거절할 용기를 가지고
• 초콜릿은 참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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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말이냐, 첨언을 하자면,

• 열심히 딴짓하며 :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열심히 해온 딴짓들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보다는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활동에 진심이었던 저. 딴짓을 열심히 하다 보면 오히려 본업에서도 열심히 했더라고요. 딴짓을 하기 위해서는 일을 끝내야 하니까. 그리고 스트레스도 저절로 풀리게 됩니다!
• 감각적으로, 새로운 시선으로 : 익숙하기에 당연시 소비되는 아름다운 순간들. 하나하나 감각을 깨워서,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 즐기고 누리고 휴식하며 : 책, 영화, 음악. 훌륭한 사람들로부터 탄생한 아름다운 작품을 충분히 즐기고 감상하며. 글쓰기와 운동을 항상 함께하며. 그리고 좋은 영감은 휴식으로부터 옵니다.
• 거절할 용기를 가지고 : 아무리 호의라도 불편하다면 정중하게 거절할 용기를 가져야겠습니다. 모든 호의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죠. 눈치 보지 말고, 휘둘리지 말고 나를 가장 1순위로. 
• 초콜릿은 참지 말자! : 모든 걸 억제하려다 보면 결국엔 한 번에 터지게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먹고 싶은 초콜릿은 그때그때 먹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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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아이처럼, 빛을 잃지 않으려고요.

그게 제 계획입니다.

뭐가 될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다 잘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다 잘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