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아무개님에게

아무개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누군지, 아니 있을지도 모르는 독자님에게 편지를 써보려고 합니다.

짧은 글이지만, 혹시나 여건이 된다면 함께 들었으면 하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네요. 제가 글을 쓰며 듣고 있거든요.

www.youtube.com/watch?v=DFH2NpzgQ2E&t=320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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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일 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만 보내다 보니 12월이 찾아왔다는 게 떫떠름하기만하네요.

반복되는 하루에, 그리 특별한 일 없이 이렇게 또 한 번의 일 년이 지나간다는 게 아쉽네요. 어쩌면 무탈해서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독자님도 괜찮은 일 년이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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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코로나 귀신을 잘 피해서 살아남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네덜란드는 한때 하루 신규 확진자가 만 명이 넘어가기도 했는데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보러 가는 거 빼고는 밖을 일절 나가지 않아, 감염될 만한 경로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공용 주방을 쓰는 플렛 메이트들도 청결에 신경 쓰며 조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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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몇 번의 위기가 있긴 했습니다. 3월에 한국에 들어가는 비행기 편에서 제가 앉아있던 좌석과 가까운 자리에 앉았던 탑승객이 확진자로 판정이 났었거든요. 9월에는 제가 살고 있는 기숙사 바로 위층 학생이 걸렸었고요. 그리고 지지난주에 몇 달 만에 갔던 학교 수업을 같이 들었던 학생이 하필 양성 판정이 났다네요. 열다섯 명 밖에 없었던 수업인데 말이죠. 그래도 저는 꿋꿋하게 코리안 KF94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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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밖을 나가지 않다 보니까 이제는 집콕 생활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한국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요. 그보다 훨씬 넓고, 딸린 화장실도 있고, 큰 창문도 있고, 공용 주방까지 있는 기숙사에서 나가지 않고 지내는 거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모든 수업이 Zoom으로 이뤄져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건 고역이네요. 다행히 매일 운동을 하고 삼시 세 끼를 잘 챙겨 먹고 있어서 건강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습니다. 아니, 운동을 매일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저는 극심한 우울에 빠져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아무리 귀찮아도, 굳이 매일 저녁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나서의 상쾌한 기분을 느끼려고 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샤워를 마치고, 청소를 하고, 로즈 티 한잔과 함께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빨리 이 글을 마치고 남은 과제를 처리하러 가야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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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하는 것도 없으면서, 왜 크리스마스 기간은 매번 설렐까요. 다른 날이었다면 시간이 조금 더 천천히 갔으면 했겠지만, 이번 주를 포함해서 남은 3주는 후딱 지나갔으면 합니다. 그러면 이 주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이 시작되거든요.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한 주간 혼자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 투어도 하고, 남은 한주는 한국에서 온 J와 H와 포르투갈에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되돌아보니 그 당시가 제 우울의 최고조를 찍던 시기 었어요. 조금 더 편안하게 즐겼으면 좋았을 텐데, 예민해서 제대로 놀지 못했던 저 때문에, 친구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아주 끝내주게 보낼 자신이 있었는데, 시기가 시기인지라 꼼짝없이 집에만 갇혀있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네요. 혼자 쓸쓸하게 보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여기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과 소소하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로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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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곧 시작할 졸업 연구 시작 준비로 마냥 마음 편히 쉬지만은 못할 거 같아요. 그래도 학교 수업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하루 종일 누워서 캐럴을 들으며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밀렸던 공부도 따라잡고(?), 게임도 좀 하고, 춤 연습도 하고, 여하튼 항상 하고 싶은 게 많은 저에게는 바쁜 2주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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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 방학에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하나 더 생겼어요. 이 편지를 쓴 목적이기도 한데요. 올 한 해 고마웠던 사람들 몇몇에게 손편지를 써서 부치려고요. 국제우편용 우표도 이미 사두었답니다! 편지 하나 쓸 때도 고민을 많이 하면서 쓰기 때문에, 그리고 우표가 생각보다 가격이 나가기 때문에, 그리 많은 사람에게 보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제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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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인데요. 이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에게도 편지를 하나 보내고 싶어요. 처음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가 읽어줬으면 좋겠다, 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누군가가 읽고 있다는 게 힘이 되더라고요. 혹시나 네덜란드 국제 우표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던가, 손편지를 받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으시면 비공개 댓글로 상세한 주소와 전화번호를 남겨주세요. 혹시나 익명을 원한다면 익명으로 남겨도 상관없습니다. 크리스마스 기간에 편지를 부친다면 아마 내년은 돼야 받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잊고 지내다가 서프라이즈 편지를 받는 기분도 나름 괜찮을 거 같아요. 이렇게 썼는데 아무도 남기지 않는다면 조금 슬플 거 같기도 하네요. 뭐 그래도 상관은 없습니다. 저한테 쓰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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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번 달도 무탈하게 잘 보내보자고요!

다 잘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