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10월의 책, 어디서 살 것인가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건축물로 권력의 크기를 계산하는 유현준 교수의 에피소드를 접했다. 그의 신선한 발상과 창의력에 매료되어 곧바로 그의 책 <어디서 살 것인가>를 집어 들었다. 

건축가가 알려주는 도시와 역사의 배경과 이유들. 오래 남아있는 상징적인 건축물들은 다 그 이유가 있구나를 알게 해 줬다. 또, 도시의 구성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직접적이었구나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뉴욕과 서울의 도시 공원 사이의 거리 차이가 시민들의 공원 이용 및 도보 문화 형성에 영향을 주고, 도시가 처음 세워질 때 이용하던 주요 교통수단의 속력에 의해 한 블록의 길이가 결정된다니. 도시 설계의 과학과 그 중요성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책 자체의 완성도. 여러 잡다한 지식과 정보가 모였지만 큰 맥락이 없는 느낌이랄까. 책 제목으로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놓고서는 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마지막 맺음말이 돼서야 처음 이루어진다. 그 또한 열린 결말인데 작가 본인의 의견이 거의 가미되지 않았다고 느껴졌다. 물론 글을 쓰는 업을 메인으로 하지 않지만, 찾아보니 본 저서가 첫 출판물도 아니었던데 구성을 조금 더 신경 써서 하면 어땠을까 한다. 목차나 소제목도 '왜 이런 타이틀을 붙였지?'라는 의문이 든 게 여러 번이다.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다 보니 과유불급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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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라고 말한다. 다양한 사람이 도시에 모여들면서 생각의 교류가 많아졌고 그로 인한 시너지 효과로 혁신적인 발명과 발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창조는 다른 생각들이 만났을 때 스파크처럼 일어난다.  (p. 13%)

사적 공간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어떤 공간이 누군가의 사적 공간이 되면 내가 갈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p. 34%)

쇼핑물에 대형 서점이나 멀티플렉스 극장이 필요한 것은 변화하는 자연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의 공간적 특징은 "변화하는 미디어가 자연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p. 40%)

어느 국어책에 나온 것처럼 우리의 심성이 순하고 산세가 완만한 곡선이어서 우리의 처마가 곡선으로 올라간 게 아니다. 철저하게 경제적, 기술적, 환경적 제약을 해결하다 보니 나온 디자인이다. 모든 디자인은 문제 해결의 결과물이다. (p.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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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서 느낀 건축의 핵심은 제약과 연결이 아닐까 한다. 한정된 자원, 자본, 공간에 새로운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야와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그 어느 건축물도 동일한 제약 조건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가장 문제를 잘 해결한 건축물 또한 그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제약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스파크가 튀게 한다. 이는 디자인 분야에도 적용된다.

또 다른 핵심으로 연결을 꼽은 이유는, 건축의 목적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교류를 통해 공생을 하고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나간다. 우리가 사는 집 또한 건축물이다. 건축물의 형태가 나와 이웃의 소통 방식과 빈도수를 결정한다. 고립된 장소를 개방하면 혹은 다른 고립된 두 장소를 연결하면 새로운 형태의 모임이 생기고, 그 교류를 통해 사람 간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방과 방 사이의 연결 방식, 건물 사이의 거리 등 모두 건축과 도시 계획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연결이 건축이 핵심이 된다.

 

@하루 한 편 글쓰기
2020년 10월 18일, 일요일